[세계 2대 종합격투기, UFC 팬엑스포 현장에 가다] "MMA<종합격투기>는 '막싸움'이 아닌 걸로~"
“다스초크, 트위스터, 플라잉니킥, 테이크다운...” 도대체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지는 않은가.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 MMA)에서 사용되는 기술 용어다. 종합격투기라 하면 온갖 무술을 섞어서 때리고 차고 꺾는 이른바 폭력이 난무하는 ‘막싸움’이라는 섣부른 선입견을 갖고 있던 기자는 지난 6~7일 라스베이거스 맨들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UFC 팬 엑스포’를 찾았다. 7일에는 인근 MGM호텔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앤더슨 실바(37, 브라질)와 차엘 소넨(35, 미국)의 미들급 타이틀전이 메인이벤트였던 ‘UFC 148’대회 열기도 직접 확인했다.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는 세계 2대 종합격투기로써 1993년 미국 덴버에서 출발했다. UFC의 소유기업인 주파가 2007년 일본의 프라이드FC를 인수하면서 UFC는 K-1과 함께 세계 종합격투기 세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UFC관계자는 “MMA는 서로 다른 종류의 무술 간의 대결이지만 이 자체가 하나의 스포츠이자 무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UFC는 MMA를 스포츠 기준으로 맞추기 위해 엄격한 경기 방식과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관계자는 “복싱이나 다른 MMA경기는 4각의 링 위에서 치러지지만 UFC는 옥타곤이라는 8각 케이지에서 시합을 한다”고 말했다. 30만 평방피트 규모의 대형 엑스포 현장은 미 전역은 물론, 유럽과 캐나다, 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모인 MMA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의상부터 액세서리까지 UFC관련 상품으로 무장한 팬들은 종교 집회에 참석하는 순례자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특히 선수인지 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덩치 큰 남성 팬들이 상당했지만 미모의 젊은 여성이나 어린이 등 팬층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왔다는 한 젊은 부부는 “이번 UFC엑스포를 위해 신혼여행지를 라스베이거스로 정했다”면서 “연애할 때도 UFC경기는 빼놓지 않고 함께 챙겨봤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휴가를 내고 왔다는 밥 안토니오(27, 캘리포니아 거주)씨는 “UFC경기를 보기 위해 돈도 아꼈다”면서 “이틀간 엑스포 입장권으로 60달러, 내일(7일) 경기 입장권으로 약 500달러가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바와 소넨의 타이틀전 경기를 보기 위해 1000달러 이상을 주고 표를 구매한 사람도 있었다. UFC측에 따르면 행사장에 마련된 부스만 100개 이상이며 이틀 동안의 방문객은 3만5000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각 부스에는 ‘잠들 때까지 때려라(Beat2Sleep)’, ‘오로지 싸워라(Just Scrap)’ 등 다소 ‘무시무시’한 문구들이 적힌 티셔츠부터 스타선수들의 포스터와 사진 등 관련 판매 상품들이 즐비했다. 레슬링 시합장이나 옥타곤 케이지에선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종일 진행됐다. 개발 단계에 있는 UFC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과정도 소개됐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은 UFC선수의 팬사인회 코너. 마침 UFC의 떠오르는 신예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파이터, ‘코리안 좀비’ 정찬성(25)의 사인회가 열리고 있었다. 정찬성의 인기는 실로 국제적이었다. 그와 악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은 수 백여 명 이상이었다. 문신이 가득 그려진 근육질 몸의 남성 팬들도 예외 없이 '좀비'와의 만남에 들떠 있었다. 한 팬은 “코리안 좀비는 싸울 때 주저함이 없이 공격적”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였다. ‘코리안 좀비(Korean Zombi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팬들은 행사장뿐만 아니라 라스베이거스 곳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UFC관계자는 “이번 사인회에는 UFC에서 현재 인기가 많은 선수들만 선정해 초청한 것”이라며 “코리안 좀비 열기는 UFC사상 첫 트위스터 승리나 지난해 UFC 타이 최단 기록인 7초 TKO승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명 ‘살인기술’의 트위스터는 척추 등에 압박을 크게 주는 기술로 위험성 때문에 브라질 유술인 주짓수 대회에서 금지기술로 분류된다. 또한 ‘다스초크’ 역시 시합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기술이 아니다. 상대의 팔에 방어 허점이 생길 때 재빠르게 팔과 목을 조여 여러 부위에 동시다발적 고통을 주는 기술이다. UFC에 이토록 전세계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뉴욕에서 온 한인 제임스 최(30)씨는 “권투는 스포츠로 인정하면서도 UFC는 폭력적이라고 지적을 하는 사람들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권투가 보통 15회까지 치러지면서 심하면 선수가 경기도중 죽기도 했지만, UFC는 5분씩 3회전, 타이틀전은 5회전으로 진행된다”며 “지금까지 부상으로 사망한 UFC선수도 없었을뿐더러 선수가 심한 부상을 당하기 전 주심이 시합을 중단할 수 있는 재량권이 크기 때문에 훨씬 안전한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구나 농구 등 다른 인기 스포츠 선수들이 각종 스캔들이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MMA선수들은 충분히 훈련하지 않으면 부상으로 직결되는 등 결과가 고스란히 말해주기 때문에 매우 순수하고 성실한 스포츠”라고 덧붙였다. MMA가 ‘막싸움’일 거라는 생각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성은 기자